윌슨병 실행기능 윌슨병은 흔히 ‘간에 구리가 쌓이는 병’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 파장은 훨씬 넓고 깊다. 특히 구리가 뇌에 축적되기 시작하면 단순한 신체 이상을 넘어 행동, 사고, 감정조절까지 영향을 주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놓치기 쉬운 증상이 바로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저하다. 실행기능이란 뇌가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억제하며 목표를 향해 집중하도록 조율하는 기능이다. 쉽게 말해,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윌슨병에서는 이런 기능이 점차 약해지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실행기능은 뇌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주로 관장하며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내 삶의 리모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능이 잘 작동하면 우리는 복잡한 일정도 척척 처리하고, 감정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기능이 저하되면 할 일을 알면서도 시작하지 못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멀티태스킹이 어려워진다. 윌슨병에서는 뇌에 구리가 축적되며 이 기능이 서서히 무너진다.
| 작업기억(Working Memory) | 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유지하며 처리 |
| 억제력(Inhibitory Control) | 충동 조절, 행동 자제 |
|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 상황 변화에 따라 사고를 전환 |
| 계획력(Planning) | 목표 설정 및 단계별 행동 설계 |
| 조직화(Organization) | 정보를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활용 |
윌슨병 실행기능 윌슨병은 ATP7B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구리가 체내에 축적되며, 이 구리는 단순히 간에만 머물지 않고 중추신경계, 특히 기저핵과 전두엽 영역에 침착된다. 기저핵은 운동 조절뿐 아니라 인지 및 감정 조절에도 관여하는 부위로, 이곳이 손상되면 실행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구리는 뇌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신경전달물질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뇌의 연결성과 정보처리 속도를 저하시킨다. 이는 단순한 인지저하와는 다르며 의도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두뇌와 행동 사이의 단절’로 나타난다.
| 기저핵 | 운동장애 + 인지기능 저하 | 행동 개시 어려움, 반복 행동 |
| 전두엽 | 계획·조절 기능 감소 | 충동성, 정서 기복, 집중력 저하 |
| 해마 | 작업기억 약화 | 짧은 대화 내용도 유지 어려움 |
| 신경연결망 | 통합 처리 기능 저하 | 복합적 문제 해결 불가 |
윌슨병 실행기능 실행기능 저하는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씩 생긴다는 느낌으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거나 평소 하지 않던 충동적인 말이나 행동이 늘어난다. 또한 집중력이 떨어져 책 한 장도 읽기 어려워지고, 사람들과의 약속을 자주 잊거나 늦는다. 학업 능력이나 업무 처리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고, 계획을 세워도 끝까지 실행하지 못한다면 실행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 평소 잘하던 일에 집중 어려움 | 작업기억 저하 |
| 말이나 행동의 충동 증가 | 억제력 저하 |
| 약속·일정 자주 잊음 | 조직력 저하 |
| 계획은 세우나 실천 못함 | 계획력 저하 |
| 사소한 일에 감정 폭발 | 정서조절 실패 |
실행기능이 무너지면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이 흔들린다. 학업에서는 과제나 시험 준비가 어려워지고, 직장에서는 시간 관리를 하지 못해 업무 누락이 잦아진다. 가정에서는 간단한 가사일이나 가족과의 갈등 조절조차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대인 관계도 위축되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증까지 겹치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환자 스스로의 문제라기보다는 ‘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적절한 평가와 개입 없이는 삶의 질이 빠르게 저하된다.
| 학업 | 과제 누락, 집중력 저하, 성적 하락 |
| 직장 | 실수 증가, 일정 관리 어려움 |
| 대인 관계 | 감정 폭발, 사회적 고립 |
| 가족 생활 | 갈등 증가, 의사소통 단절 |
| 자아 존중감 | 무기력, 자책감, 우울감 증가 |
윌슨병 실행기능 실행기능은 MRI나 혈액검사처럼 단순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다. 대신 심리검사와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두엽 기능 검사(Executive Function Test)’, ‘Stroop Test’, ‘Trail Making Test’, ‘Wisconsin Card Sorting Test’ 등이 사용된다. 또한 일상생활 기능을 점검하기 위한 행동 관찰 리스트나 보호자 보고형 체크리스트도 병행된다. 의료진은 이러한 검사들을 종합해 실행기능의 저하 정도, 뇌 부위 손상 가능성, 치료 전략을 판단한다.
| Stroop Test | 억제력, 반응 속도 | 충동 조절 능력 측정 |
| Trail Making Test | 시각-운동 연결, 유연성 | 작업 전환 능력 평가 |
| WCST | 문제 해결, 전략 전환 | 전두엽 기능 전반 |
| FAB (Frontal Assessment Battery) | 6가지 전두엽 항목 | 실행기능 전반 스크리닝 |
| DEX (Dysexecutive Questionnaire) | 일상 행동 평가 | 보호자·자기보고형 활용 가능 |
윌슨병은 구리 축적이 원인이므로 근본 치료는 킬레이션 약물(페니실라민, 트리엔틴 등)로 구리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실행기능 저하는 추가적인 인지재활훈련 및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작업기억을 높이기 위한 기억력 훈련, 주의 집중 훈련, 계획 수립 워크숍 등이 있으며, 치료사는 점진적인 난이도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약물로는 도파민 작용을 높이는 메틸페니데이트(주의력 향상) 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간 기능 상태에 따라 복용은 신중해야 한다. 또한 일기 쓰기, 일정표 작성, 알람 활용과 같은 일상 보조 전략도 실행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 인지재활치료 | 기억력, 집중력 훈련 | 실행기능 회복 촉진 |
| 작업치료 | 계획 수립, 일상 구조화 훈련 | 자기주도성 강화 |
| 심리상담 | 감정 조절, 자존감 회복 | 정서 안정 |
| 약물치료 | 주의력 향상제, 항우울제 | 선택적 사용 |
| 보조 전략 | 알람, 메모, 일정표 활용 | 행동 실행 유도 |
실행기능 저하는 ‘게으름’이 아니라 ‘병의 증상’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고, 반복적인 실망과 갈등이 생긴다. 따라서 보호자는 환자의 행동을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조절이 어려운 뇌기능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루틴을 함께 만들어주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격려 중심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너무 많은 과제를 한 번에 주기보다는 작은 목표를 나누고,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하루 일정 시각화 | 화이트보드, 캘린더 활용 | 계획 실행 유도 |
| 피드백 중심 소통 | 질책 대신 칭찬 중심 | 자존감 회복 |
| 환경 단순화 | 시각적 자극 최소화 | 집중력 유지 도움 |
| 짧은 목표 설정 | 5분 운동, 간단한 정리 | 성공 경험 제공 |
| 감정 코칭 | 감정 단어 표현 유도 | 정서 조절 학습 |
윌슨병 실행기능 윌슨병은 단지 간에 구리가 쌓이는 병이 아니다. 그 구리가 뇌에 도달하는 순간, 생각과 행동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기며 우리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실행기능 저하는 행동 이전의 단계, 생각의 단계부터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증상이며, 삶의 질을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꾸준한 훈련, 따뜻한 가족의 지원이 있다면 뇌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 무너지는 실행기능 앞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와 기다림, 그리고 정확한 대응이다. ‘의도’는 있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당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해보자.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함께 다시 시작하자.” 이 한마디가, 끊어진 행동의 고리를 다시 이어줄 수 있다.